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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후기

쌀뤼의 영상톡 나의 독재자 영화 후기

by 기록빛 2021. 8. 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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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김일성,박해일,김정일

 

나의 한줄평 - 연기자를 꿈꾸는 이들에겐 최고의 연기 교본

                    아버지를 하루종일 생각하고 싶다면 꼭 봐라

                    전반전은 그러 그렇지만 후반전은 잼있다.

                    남북 정상회담 내용을 지금 보고 싶다면

                    나의 독재자는 누구일까 생각해 보고 싶다면

나만의 평점 - 8.0

 

나의 독재자를 보기 전 내가 아는 정보라고는 단순히 박해일과 설경구,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등장한다는 점이였다. 극장에서 그렇게 흥행을 하지 못한걸로 아는데 다만 나는 그들의 연기력에 빠져들고 싶었다.

 

영화는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발표로 인한 남북정상회담에 대비하기 위해 김일성의 대역을 만드는 비밀 프로젝트를 수립한다는 말로 시작된다.

 

이 어찌 발칙한, 희귀한, 상상이 아닐까, 김일성의 대역을 만든다. 한 나라의 대역을 만든다는 상상 자체가 참신하면서 재밌었다. 2시간 8분의 긴 이 영화속으로 그럼 빠져들어가 보자.

 

박해일의 나래이션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 아버지에 관한, 아버지를 생각하게 하는 그런 영화겠거니 하는 예상이 들었다. 설경구의 직업은 연극 극단에서 포스터나 붙이는 그런 말단 단원이다. 단역만 줄곧 하지만 무명에서 벗어날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고 있는 그런 인물이다.

 

첫째, 이 영화에서 중요한 시대적 사건이 바로 남북 공동성명이다. 당시 통일이 될거라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었다고 하는데 영화를 보면 어느 정도 그런 시대적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설경구가 있는 극단에서 준비하고 있던 리어왕의 주연이 연출과의 불화로 갑자기 나가버리게 되고 항상 주연 대사를 외웠었던 설경구가 갑자기 주연의 기회를 얻게 된다.

 

그렇게 해서 천운을 얻게 된 설경구는 주연으로 당당히 연극에 출연하게 되고, 과연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한창 자랑을 해놓았던 터라 아들 박해일과 할머니도 연극 관람을 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친구들까지 초대해 연극을 관람하러 오는데,,,,

 

처음 받아보는 무대위 조명빛은 그에게 따뜻했을까, 아니면 차가웠을까

설경구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대사를 까먹고 버벅이며 객석은 등을 돌리게 된다. 연출가에게 호되게 혼나는 모욕적인 상황은 아들과 어머니에게 그대로 노출이 되고, 그의 희망은 사라지는듯 했는데

 

뜻밖에 연극이 끝난후 오디션 제의를 받게 된다. 그렇게 오디션장을 찾게 되고 두번째 찾아온 그의 기회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데 이상한건 선발 원칙에서 반드시 무명배우여야 하며, 연기를 지나치게 잘하면 안된다는 기준이 있었다. 설경구의 발악스런 이상한 행동으로 그는 우연히 오디션에 1차에 합격을 하게 되는데

 

붕대로 눈을 가리고 2차 오디션 장소로 향하게 된다. 옷을 벗고 군인들에게 매질을 당하며 물고문 및 전기고문을 당하는데, 이것이 과연 오디션이란 말인가? 모든 사람이 결국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다 떠나가버리는데 설경구만 끝까지 남아서 이 이상한 오디션을 끝까지 지키게 된다.  

 

설경구의 연기만으로 영화 20분을 끌어온 이 영화, 특히 그가 눈물 흘리며 지난 잘못한 일을 되뇌일때 그의 연기력에 다시 감탄하게 된다. 결국 설경구는 입이 무거운 사람을 찾는다는 조건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오디션 최종 합격을 하는데

 

가상 회담, 리허설 회담에서 각하의 리허설 상대가 되는게 바로 설경구의 최종 임무였다. 그것은 바로 국가와 민족을 위한 연극의 주인공 김일성이 되는것이였다. 말투,습관,외모,생각까지 그리고 준비가 완료되면 각하와 리허설을 치르게 되는 것이였다.

 

완벽한 리허설을 위해 교수가 연출을 서울대 국문과 학생이 작가를 맡아 김일성 만들기 프로젝트가 드디어 시작되는데,,,

 

그런데 영화는 점점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배경은 어둡고 칙칙한 내용 또한 참으로 침울한 그런 장면이 이어진다.

 

김일성보다 더 김일성같은 이런 천하의 김일성같은 그런 김일성이 됩시다. 그는 과연 김일성이 될 수 있을까?

 

그런데 이땅에도 지금 대학로에서 지방에서 연극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 단역에서 벗어나 언젠가 주연을 할 수 있을거라는 희망으로 노려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이 영화를 어떤 시선으로 볼까, 만약 갑자기 당신에게 주연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과연 그것을 소화할만큼 감내해낼 수 있을만할까

 

영화는 점점 연기 수업으로 빠져들어간다. 그리고 점점 더 지루해진다. 영화가 흥행을 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바로 밀당이 아닐까 관객들과의 밀당에서 점점 실패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건 나뿐일까?

관객의 머리보다 더 앞서나가야 되는데 점점 느슨해지는 이 느낌은 무엇인가?

영화는 연기력만으로 다 되는것은 아니라는걸 점점 더 생각해보게 된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은 설경구가 연기를 참 잘한다는 점,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관객의 마음을 훔칠 수 없지 않은가? 설경구가 점점 진짜 김일성이 되어 가는 모습은 정말 어떤 면에선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런데 사회적상황으로 인해 갑자기 김일성 만들기 프로젝트는 중단이 되고, 설경구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또 배역을 뺏긴것이라 생각하는데, 이미 그때 설경구는 미친 김일성이 되어 있었다.

 

이 영화는 철저한 시대영화다. 유신철폐와 독재타도를 주장하는 시민들, 그리고 설경구는 현실로 복귀하지 못하고 자신의 진짜 아들조차도 정일이라고 부르며 살아가게 된다. 

 

이렇게 50분은 설경구의 영화였고 남은 시간은 1994년의 박해일의 영화다. 돈은 목숨이라고 수강생들에게 세뇌시키며 다단계 강사를 하고 있는 박해일, 아버지가 있다는 요양원에서의 전화를 단칼에 끊어버리는데,

그는 빛독촉에 시달리고 있는 그런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인생 실패자였다.

 

물론 그에게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희망의 빛이 찾아오는데 그가 살았던, 아니 그의 아버지가 살았던 그의 집이 신도시 재개발 지역으로 확정되었다는 소식이였다. 인감도장을 찾기 위해 결국 아버지가 있는 요양원에 가게 되는데, 여전히 아버지는 김일성 놀이를 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김정일 연기를 해서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누가 대본을 섰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디어 하나만큼은 꽤 괜찮다는 생각을, 상상력 만큼은 정말 기발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영화는 박해일편에서는 분명 지루하지 않다. 재미와 감동, 아버지와 아들, 모두를 따뜻하게 아니 시리게 해준다. 망상이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현실을 피하려고 발버둥치지만 현실을 벗어나면 더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영화의 반전이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그의 망상스런 김일성 역할이 사라질때쯤 다시 또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될거란 뉴스가 나오고 다시 한번 그에게 김일성의 역할이 부여되는데,,,과연 그의 선택은 어떠했을까?

 

그는 단 하나의 조건, 아들이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는데, 애증의 관계에서 가슴으로 이야기를 나누고싶은 그런 관계로 돌아가고 싶었던 걸까? 그날 이후 다시 설경구는 김일성의 역할로 몰입하는데,,,

 

아들일 때 보는 세상과 아버지가 되었을 때 보는 세상은 그 얼마나 다르고 또 같단 말인가

영화가 막바지에 다달을때쯤 깔리는 배경음악과 함께 슬픔의 기운으로 영화는 치닷는다.

 

드디어 설경구는 김일성 역할로 청와대에 들어서게 되고 각하의 비위를 맞추라는 주문을 듣게 되는데,

그는 반대로 진짜 김일성처럼 주문을 무시하고 과도한 악수와 과도한 제스처러 진짜 김일성처럼 행동하게 되는데, 과연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회담은 대본을 무시한채 진짜 회담으로 진행되는데, 그는 일평생을 바쳐서 준비하고 연습했던 진짜 김일성 연기를 완벽하게 해내게 된다. 하지만 너무 완벽한 나머지 각하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고 결국 거짓 리허설 남북정상회담은 끝나게 되는데,,, 각하가 빠져나간 그 자리에 앉아 그는 혼자 영화 초반에 실패했던 리어왕의 대사를 완벽하게 읊조리게 된다. 그렇다. 그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연극은 리어왕이였던 것이다. 김일성이 아니라 완벽하게 하고 싶었던 리어왕의 연기를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단 한번의 주연이였던 김일성 역할을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가짜 김일성이 아니라 진짜 김일성의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단 1명의 관객, 특별한 관객, 바로 그게 아들이였던 것이다.

 

박해일은 아버지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게 되고, 리어왕을 연기하는 아버지의 모습, 암에 걸린 아버지의 모습에 눈시울을 붉힌다. 

 

우리들의 아버지는 그렇다. 아들에게 자랑스런 모습을 보이고 싶다. 힘들고 약해빠지고 병든 모습이 아닌, 비웃음과 조롱의 대상이 아닌 자랑스런 아버지이고 싶다는 것이다. 

 

설경구가 소리쳤던 리어왕의 마지막 대사 "나는 거짓말을 하는 법을 배우고 싶소"가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며칠후 박해일의 독재자였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아버지의 빈자리는 무엇을 말해 주는가?

 

우리에게는 아버지가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떠난다. 그리고 눈물이 흐르며 내가 어느순간 아버지가

되어있고 나는 또 누군가의 독재자가 되며 다시 또 세상을 떠나게 되겠지

 

나의 독재자는 지금 누구인가? 독재자가 있을때가 행복하다고 한다면 당신은 믿을 수 있는가? 

 

"그것이 꿈이라면 다시는 깨지 않길 바랍니다. 친애하는 나의 독재자,,,,,,,,"

 

가끔 우리는 꿈을 잃기 싫다. 설사 그것이 망상이나 헛된것이라도 잃기 싫다. 부정하고 또 부정해도

결국 나는 나고, 핏줄은 핏줄이다.

 

가족이란 그 얼마나 가슴 시리고 따뜻한 말인가,,,,,,,,

아버지가 될 자격이 우리에겐 있을까? 준비를 완벽히 하고 아버지가 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어느순간 아버지가 되고 그리고

 

독재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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